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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4-04-20 (화) 23:24

ㆍ추천: 0 ㆍ조회: 1001

ㆍIP: 61.xxx.126

[그리스도인의 생각들 2] 용설란
[용설란]

초록색 짙은 용설란의 긴 줄기가 겨우내 변함도 없고 티끌도 없이 잘 자라났다. 줄기 하나 하나의 끝에는 가끔씩 가위로 잘라낸 흔적이 있기는 해도, 윤기가 있는 줄기에는 북풍한설과 코끝을 가르는 모진 추위와 찬바람에 내갈겨져 있는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단풍나무의 말라비틀어지고 터진 줄기의 아픔 따위는 생각할 틈마저 거부하고 있는 윤택함이 있다.

하나님의 집에서 발육하고 흥왕하는 나무들. 줄기 한 줄 한 줄마다 건사되어지고 보살핌을 받아 윤택함을 자랑하고 있는 용설란의 줄기에서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느끼다. 나를 어디까지 살피시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이렇게 살피시고 있더란 말인가.

내 집안 작은 화분에 심겨져 있는 작은 화초에 정성을 다하고 비록 말은 못해도 시들어 죽어가는 화초가 있었다. 그 화초에 매달려 안타까움과 애절한 소망까지 담아 주사액을 꼽아 놓고 기도하는 정성과 손길을 바라보며, 저 정성과 손길에 깃들여 있는 소원을 꼭 들어 주시라고 기도한다. 작은 정성과 손길을 받고 못 받음에 따라 속절없이 죽고 사는 작은 화초 하나에도 돌보는 이의 기도가 맴돌고 있다니, 하물며 사람이랴.

숨도 크게 못 쉬며 힐끔힐끔 뒤를 돌아다보며 있는 힘을 다하여 도망을 가는 혼이 반쯤 빠진 한 사내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돌베개를 베고 피곤한 몸을 뉘었다. 혹여 칼을 들고 추적해 오지는 않을까 심히 두려워하며 사위를 경계하며 어느덧 잠이 들고 말았다. 피곤한 눈꺼풀을 이길 장사가 없듯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눈꺼풀을 달고 있던 사내가 잠이 들었다. 어느새 추적해 오셨는지, 그 밤에 하늘을 열고 사닥다리를 보여 주심으로 내가 여기 너와 함께 있다는 표적을 보여 주셨다. 벌떡 잠에서 깨어난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돌베개를 단아하게 세워 놓고는 벧엘(하나님의 집)이라고 이름하며 경배를 드렸다.

도망을 하는 도망자와 함께 두려움에 들고 뛰면 뛰는 대로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발을 멈추면 멈추는 대로 그 분은 그렇게 추적해 오셨고 지친 육신을 뉘고 깊은 잠에 들었을 그 평강의 시간에 꿈속에서 만나 주셨다. 일곱 영이나 되는 천군천사들이 그 밤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이 선명하다.

작은 아픔에도 소스라치듯 놀라며 평안을 찾지 못하는 심신이 약한 이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내어주시고 귀 기울여 들어 주셨다. 서러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꼭지점에서 절통하게 외치며 울부짖는 기도에 대하여 말할 필요가 있겠나.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다 보면 제 감정에 제 스스로 북받쳐 오르는 설움으로 곡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것 정도를 모를 그 분이 아니시다. 그래도 부르짖으라 하셨고 내 앞에서 울라 하셨다.

사람이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입을 비죽거리며 흐트러질 때에 그 분은 거기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내 앞에 와서 울라 하셨다. 계곡을 하나님의 전 삼아 깊숙이 들어가 바위 하나를 방패로 삼고 웅크리고 기도하며 서러이 울면 그 분은 들으시고 평강으로 먼저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 주셨다. 얼마 후에 기도했던 내용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어지고 난 뒤에 잊어버리고 있어도 탓하지 않으셨다.

삶의 질곡 하나하나에, 삶의 모퉁이 하나하나에 묻어 있는 그 분의 손때. 곤하고 슬프고 지치고 곤고하며 외로운 길을 걸어 왔을 때에도 뒤를 돌아다보면 언제나 발자국은 둘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아찔한 계곡에 통나무 다리 하나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건너야할 계곡 저편을 보며 울고 있으면 어느새 그분은 다리가 되어 주셨다. 이편에는 손을 저편에는 다리를 걸치고 등을 내어 주시며 건너라 하셨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신앙의 경륜과 연륜이 더하여지고 아찔했던 순간순간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그분의 자취가 선명하다.

앞서 왕벌을 보내신 적이 몇 이던가, 홍해를 가르고 요단강을 가르신 적이 몇 번이던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악취가 나는 인격의 함몰의 순간에서 다시 끌어 올리신 적이 몇 번이던가.

비겁했던 순간이며 비린내 나는 순간이며 뒷감당을 못해 허물어지던 때가 몇 번이던가. 내 가까운 이들도 고개를 흔들며 떠나갈 때에도 그분은 용설란 줄기를 닦는 손길처럼 내 손을 닦아 주시고 있었다.

나는 그 분을 언제나 내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 분은 내 자식의 아버지이시며 내 교회의 주인이시며 교인들의 아버지이시다.

내 존재하고 있음을 가장 기뻐하시는 분, 말없이 그윽한 눈동자로 보듬어 주시는 분, 잠잠히 살펴보아 주시는 분, 오래 참고 기다려 주시는 분, 언제나 내 이름을 불러 주시며 뛸듯이 기뻐하시는 분,

내 이름 석자를 당신의 손바닥에 새겨 넣으시고 언제나 손을 펼치며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시는 분 (사 49:16) 나를 위하여 당신의 아들까지도 아낌없이 내어 주신 분. 나는 오늘도 그 분, 내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먹고 마신다.

[주님의 사랑 인터넷 세계 선교회] 대표, 홍지문 교회 담임, 뉴스파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