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트 PHP 홈빌더 스킨 ::: high skill web-board

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4-03-26 (금) 19:15

ㆍ추천: 0 ㆍ조회: 866

ㆍIP: 61.xxx.142

[내 새 컴퓨터에 벌레가 살아? 그럼 잡아야지]
모 목사님이 인터넷이 되는 최신의 컴퓨터를 장만하였다.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전도사님이 알려준 대로 간신히 총회 게시판에 들어와서 크릭을 하며 나도 글을 좀 멋있게 남겨야겠다 하고는 열심히 자판을 익히며 더듬더듬 타자를 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에 그만 화면에 글이 깨어지고 부지지직 하는 소리가 컴퓨터에서 들리며 하드가 돌아가는 소리가 영 시원치 않았다. 에쿠야 이게 뭐시냐? 하고는 뜨끔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대며 구조를 요청하나 늦은 밤이라 컴퓨터 에프터 서비스는 아예 전화 통화도 안 되니 큰일이 났다. 여기저기 컴도사라고 자처하는 동료 목사들에게 구조를 요청하였으나 아무리 열심히 증상에 대하여 설명해 주어도 도무지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전도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이리저리 설명을 하니 아하 바이러스가 먹었단다. 바이러스가 먹어서 버그가 생긴 것이란다. 내일 일찍 와서 손을 보아 드리겠노라는 답을 듣고 전화를 마쳤다. 가르쳐 준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고장을 냈느냐고 할까 봐 자존심도 있고 해서 전도사님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고 스리살짝 고쳐 보려고 했는데 고만 틀려먹었다.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벌레가 생겼다는 말이겠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컴퓨터가 머리에서 뱅뱅 도는 것이 잠자기에는 틀렸다. 내 이노무 벌레를 잡아서 처치를 하고 말아야지, 전도사가 올 때까지 내 컴퓨터를 죄다 파먹으면 어쩌나....

벌떡 일어나서는 드라이버를 찾아내고 뺀찌까지 동원하여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죄다 뜯었다. 통상 벌레란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상식이라, 컴퓨터 깊숙이 내장을 훑는 의사와 같은 심정으로 꼼꼼히 요리조리 들추어 보면서 하나하나 세밀히 뒤졌다. 아무리 뒤져 보아도 컴퓨터를 갉아먹는 벌레를 찾을 수 없었다. 하여 아마 눈에 잘 안 띄는 벌레인가 보다 하고는 스텐드를 바짝 들이대고는 진공청소기로 벅벅 훑었다. 이만하면 먼지봉투에 박혀서 죽었겠다 싶어서, 진공청소기를 분리하여 먼지봉투를 꺼내어 살펴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껄쩍지근한 몰골의 벌레를 찾아 볼 수가 없고 새벽기도회 시간은 다가오고 눈이 가물거리는 것이 영 시원치 않아서 일단은 컴퓨터를 조립해서 놓아두기로 했다. 컴퓨터는 운명에 맡기고 말이지.

열심히 조립을 하기는 했는데 고만 나사가 하나가 모자른다. 그리하여 다시 뜯어서 맞추었는데도 아뿔싸 또 하나가 모자른다. 열불이 터져서 그런지 잠은 이미 도망을 갔고 새벽기도회 시간이 되어서 할 수 없이 일어났다. 여전히 눈길은 컴퓨터에 멈추어져 있다.

어떻게 새벽기도회를 마쳤는지 벌써 컴퓨터에 달라붙은 목사님은 또 다시 뜯어서 맞추어 보았으나 여전히 하나가 부족한 나사를 찾지 못하고 약발이 오른 대로 밀려드는 잠에 밀려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침이 되고 아내의 핀잔에도 꺼떡없이 코를 골고 잠을 자다가 전도사의 방문을 받고 눈이 번쩍 뜨였다.

전도사에게 이리저리 증상을 설명하고는 밤새껏 벌레를 잡았기 때문에 컴퓨터는 더 이상 벌레에게 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 전도사는 얼굴이 뻘겋게 되기까지 웃음을 참느라고 곤욕을 치루었고 존경하는 목사님 면전에서 보바짓을 했노라고 말해 줄 수는 없어서 컴퓨터에 정신을 쏟으며 백신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바이러스를 치료해 주었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정상적으로 화면이 떠오르자 목사님은 목사님대로 지난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벌레를 잡은 보람이 있노라고 전도사에게 자랑을 했고, 전도사는 목사님의 수고에 대하여 수고하셨다는 말로 위로를 드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전도사는 화장실로 뛰어가서 외치기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날 이후로 전도사는 목사님의 순수함에 반하였고 있는 그대로를 믿는 믿음의 태도에 대하여 존경심을 가졌다 한다. 목사님은 목사님대로 전도사의 손에 봉투 하나를 들려 보내 놓고서는 자신의 민첩한 대처능력에 대하여 기뻐하며 밀린 잠을 청하였다. 그 얼굴에는 만족함과 뿌듯하고 흐뭇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개혁주의 사상의 순수함은 시대의 사상적 유행을 따라가며 변화의 묘와 호기심 그리고 짜릿한 기쁨과 만족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고 그런 삶 속에서 무지할 정도의 순수함으로 유행과는 저 멀리 담을 쌓고 산다. 오직 성경의 본질에 충실하나 성경의 왜곡에는 참아내지 못한다. 여기에 바이러스와 같은 사상의 변질이나 색다른 성경접근방식이나 정신운동(십일조 폐지 운동, 평신도 운동 등)으로 나타난 버그 같은 시대적 조류나 유행에도 초연할 수 있는 우직함과 묵직함이 있다.

각각의 만족함과 착각으로 빚어진 작은 실수 따위의 정도는 누구에게나 고르게 나타나는 삶의 유형이다. 실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이 얼마나 만족한 삶을 살고 있으며 얼마나 행복한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벌레를 잡아내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한 후에 만족하는 것이나, 목사님의 컴을 고쳐주고 목사님의 순수함과 있는 그대로를 믿는 것에 대하여 반하고 더욱 존경하게 된 전도사님의 만족함은 그 본질에 있어서 똑같다.

개혁주의 사상은 삶을 실천해 나갈 때에 만족함과 기쁨과 보람으로 나타난다. 신학적인 지식의 차이는 정도가 미미하게 나타나나 사상의 차이는 현격하다. 신학적인 지식의 차이 정도는 버그가 컴에서 살고 있는 벌레이냐 아니냐 정도를 알고 있는 차이에 불과하나, 사상의 차이란 컴퓨터의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신학지식의 근소한 차이 보다 신학사상의 월등한 차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단사상은 바이러스와 같고 이단은 버그와 같다.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