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트 PHP 홈빌더 스킨 ::: high skill web-board

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5-12-18 (일) 17:14

ㆍ추천: 0 ㆍ조회: 3672

ㆍIP: 61.xxx.40

(The story of Three dreams) Vol-1. "Theophany"
3개의 단편들
(The story of Three dreams)

1편 꿈과 신현 (Theophany)

황 교수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메스컴을 타고 세계적인 유력 과학지인 사이언스지의 2005년 표지에 실렸다. 사이언스지에는 황 교수의 2004년의 논문이 이미 실려 있어 세계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중에 2005년 논문은 그 내용이 10년 이후에나 가능할 법한 놀라운 내용이 이미 검증되어진 결과물로 제시되어 있었다. 이로써 한국의 과학은 세계의 과학을 선도할만한 위치에 우뚝 높이 솟아올랐고 역사적인 업적으로 과학의 장을 새로 여는 엄청난 연구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제 한국의 과학은 세계의 과학의 장을 새로 열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계의 동력이며 견인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놀라운 발표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고취시켰으며 이렇다할 정신 운동이 일어나지 못한 채 한국인의 정체성마저 이념전쟁으로 좌우로 갈라지고 서로 적대 관계에 놓여 있는 긴장의 시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경계점이 모호한 개혁론이 판을 치더니 남북이 교통하지 못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마치 남북이 동맹이라도 맺는 것인 양, 마치 통일이라도 되는 양 국민을 교란시키는 정체불명의 개혁관으로 인해 국민의 정신과 정서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상태에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성공이라는 굵직한 보도는 장애인뿐 아니라 전 국민을 고무시키기에 적당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밝혀진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논문은 가짜라는 사실로 인해 국민의 정신은 페닉 상태에 빠졌다. 혼돈 위에 혼돈이다. 여기에 음모설까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니 지식인의 화장터가 따로 없다. 해괴한 일이 줄을 이어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실태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나는 교계로 시선을 돌이켰다. 해괴한 일은 교회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현재 교회에서는 전도폭발 등의 행사적인 프로그램이 지나가고 주 5일제와 연관되어 이렇다 할만한 초청력을 잃었다. 현 시대의 교회에 호감을 가지고 있거나 귀감이 되는 교회에 대한 칭찬도 사라졌다. 대신 교회도 마땅히 개혁의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뿐이다.

교회갱신협의회(대표 옥한흠 목사)에서는 진보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대표 박득훈 목사)와 연계하여 목회자의 공식회개운동을 벌였다. 개혁을 하려면 목회자의 공식회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에 설득 당한 결과인데 공식회개 이후에 그 결실이 좋다는 평가 혹은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 없는 것을 보면 그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성경에서 공식회개에 대한 기록은 예수님 당시에 시장 혹은 네거리 혹은 성전 안에서 바리세인과 사두개인의 전용물이었음이 관찰될 뿐 권장되지도 명령되지도 않고 있는 내용이다. 오히려 예수님은 골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오직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만 기도하라 하셨다. 예수님께서 금하신 일을 한국교회는 바리세인처럼 공개회개기도를 하고 있으니 이 일이 해괴하다.

소망도 없다. 부부가 평생 벌어도 서울에서 33평 되는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지 못한다. 그러니 집이 없는 사람의 평생 꿈인 자기 집이라는 설정에서 아파트는 제외되어야 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17년이면 장만할 수 있다는 통계를 내 보냈던 정부에서 불과 2년 사이에 꿈을 내어 버리라고 말하고 있으니 도무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 날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는 심화되어지고 소외계층과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의 뇌관으로 등장할 우려가 있다는 사회학자들의 보고가 심상치 않게 들리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꿈을 꾸어야 한다. 꿈과 이상이 살아 있어야 한다. 어둡고 암울했던 구약의 사사시대가 암울하고 어두웠던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더 이상 이상도 주시지 않았고 꿈도 주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사사기서는 밝히고 있다. 그래도 어린 사무엘에게 하나님께서 환상(이상)으로 나타나셔서 어린 사무엘을 만나 예언을 주셨다. 꿈을 주셨고 장래를 예언해 주셨고 평생을 보장해 주셨다. 그리고 그대로 되었다.

그래서 꿈을 꾸어야 한다. 이상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겠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쓴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제 1장 생각, 언어, 꿈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쓴다. 아름답지 못한 사람은 아름다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기가 버겁고 부자연스러움은 노력을 해도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생각의 자양분이 부족하고 언어사용에 있어 양심의 충돌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훈련의 문제가 아니고 감성의 문제요 존재의 특수성이며 자기 정체성(Identity)의 한정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음은 아름다운 생각에서 비롯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지속적인 갈망에서 시작된다. 지속적인 갈망은 꿈에서 출발하며 그 꿈은 평생을 틀어쥐고 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언적이며 운명적인 것이어야만 한다.

꿈이 있는 사람은 꿈을 말한다. 꿈에 대해 말을 할 때에는 언제나 그러하듯 지그시 눈을 감고 그 꿈을 꾸었던 시절로 돌아가서 꿈과 현실 사이 놓인 징검다리를 걷기나 하는 듯 회상에 젖어들곤 한다. 꿈은 소원을 만들어 낸다. 소원이 발원되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추구하는 목적이 생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낸다. 그 방법은 현실이 되기까지 멈추지 않는다. 꿈을 통해 운명적인 만남이 예정되어 있거나 꿈으로 형상화되어진 장래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을 그리며 부단히 노력하는 동인은 소원이 발원되었기 때문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현재라는 시간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며 어느 정점에 이르면 꿈 꾼대로 되어지게 되어 있다. 요셉이 그러했다.

북해도 농아학교 교장이었던 크라크 교장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행해진 퇴임인사에서 “Boys to be ambition" 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품으라] 크라크 교장의 말은 전후 심각한 좌절과 우울 그리고 패전국이라는 붕괴된 자존심에 불을 붙였고 가슴 속에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다시 해 보자]라는 야망의 불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들은 불과 5년 후, 한국의 6.25 동란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의해 다시 일어섰다. 6.25 동란으로 인해 지리적인 입지조건으로 인해 미국과 연합국의 전초기지가 된 일본 열도에 수많은 물자와 군인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이 쏟아 부은 돈을 기반으로 일본은 급성장 할 수 있었고 패전 후 최단시간에 선진국이 되는 역사적 기적을 도출해냈다.

비타민 C 박사로 널리 알려진 이왕재 서울대 의대교수는 크리스챤이다. 이 교수의 신앙체험과 건강학 강의는 널리 알려져 전국교회에서 강사 초청이 쇄도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도 병아리 시절이 있었단다. 이 교수는 의사 초년생으로 법의학자와 함께 죽은 여자 시체의 부검을 의뢰받았다. 메스를 들고 젊은 여인의 사체 앞에서 서서 여인의 가슴을 절개해야 하는 작업에서 두려움에 심히 떨다가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절개를 하고 일을 마쳤다. 이 교수는 죽은 사체가 마치 살아 있는 것과 같았고 전혀 죽은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에 심히 두려웠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창세기 2장 7절의 말씀을 상기하게 되었다 했다. “... 생기를 불어 넣으시니 생령이 된지라”.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차이는 오직 생기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차이뿐이라는 사실을 그 때에 깊이 깨닫게 되었고 그 깊은 깨달음이 철학이 되어 이 교수는 어디를 가던지 생기에 대하여 주목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이 교수가 말한 생기는 죽은 자와 산 자의 한계를 결정짓는 한계점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 어디에서 생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까. 그것은 꿈이다. 소원이다. 인생의 목표와 목적까지 도달하도록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은 꿈이다. 소원이다.

나는 꿈을 믿는다. 그리고 꿈으로 예정되어진 운명을 믿는다. 그 꿈이 아무리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꿈으로 인해 그 사람의 생애는 물에 빠져도 꿈이 받쳐 주기 때문에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꿈을 꾸는 사람은 망하지 않는다. 꿈이 있는 나라는 결코 망할 수 없다. 혹시 망한다 해도 그 꿈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기 때문이다. 유대는 망했어도 메시야를 기다리는 질긴 꿈으로 다시 살아나 마침내 팔레스틴 전체와 싸운 6일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을 세울 수 있었다.

꿈은 그 자체로 목적을 가지며 목표를 지향할 수 있게 한다. 꿈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변화되어지는 지점의 특성을 스스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미지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으로 주요변화의 장면마다 시간대 및 환경의 주요장면이 강조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미래의 예언적인 꿈을 꾼 사람은 자신의 주요변화의 시점이 언제인지 어디쯤인지를 알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평생에 이를 꿈은 운명이 변화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예시해 주며 꿈이 그 지점에 도달하면 잊어 버렸던 장면까지도 다시 떠오르게 된다.

꿈을 꾸었다. 근거가 없이 단순히 목사가 되어야 하겠다는 막연한 부르심에 대한 희미한 인식과 바램이 있었으나 너무도 희미했다. 나는 이 바램의 정체가 내게서 나왔는지 하나님께로서부터 나왔는지 알고 싶었다. 알고픔은 갈망이 되어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경련을 일으킬 즈음까지 되어 열병을 앓게 되었다.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늦게 신학을 하며 개척교회의 담임을 맡고 있는 전도사님께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했고 전도사님은 기도의 중요성이 사명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결단하고 3일 금식을 통해서 기도의 응답을 받아야 함을 일깨워 주셨다. 나는 3일 금식기도 쯤이야 하고는 당장에 결정하고 다음날 결행하기로 작정했다.

나는 3일 동안의 금식기도를 작정하고 나서 잠시 회상에 빠져 들었다. 성령체험을 경험했던 일, 국가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 과정에서 일어났던 기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979년 여름이었다.

꿈에 대한 이야기들은 3일 동안에 꾼 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직도 눈에 생생한 장면들을 그대로 기록해 보련다. 상세한 내용 중에 어렴풋이 기억되는 부분들도 있는데 기억에 의존하여 일기와 같은 형태로 기록하려고 한다. 더구나 꿈 이야기는 신학의 부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교회에서는 의도적으로 꿈 이야기를 무시하는 경향이 보인다. 각 개인을 향한 하나님의 의도는 꿈을 통해서 그의 평생에 미칠 이야기를 알려 주시고 싶어 하시며 꿈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하신다. 우리는 장래의 꿈 이야기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하는 이야기들이다.

제 2장 신앙체험

1. 성령세례에 대한 체험.

명지 중학교 3년 졸업 때의 일이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에 둔 시점에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장남이라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고 장래가 번듯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가난과 싸워야 하는 사춘기 소년이었고 생각이 많은 중학생이었다. 내 걱정거리 중의 하나는 혹시 장가도 못 가 보고 사고로 죽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어 있었다. 나는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과 나를 어찌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게 하셨는지 와 앞으로 내 일생을 어찌 하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가슴이 서늘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답이란 만약에 하나님께서 살아 계신다면 나를 만나 주실 것이겠고 나를 만나 주신다면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거니와 만약에 살아 계신다는 확증이 없다면 내 생각대로 폼나게 살고 싶다는 답이었다.

모교회인 홍성 교회와 직선거리로 20여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덕분에 나는 중학생 신분으로도 학생회 예배는 물론하고 대예배와 수요예배에까지 참석하고 있었다. 내 평생을 책임져 주실 만한 분은 오직 하나님 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장남이라는 책임감도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사라지고 마음에 평강이 임하였기 때문이었으며 성경을 알면 알수록 재미가 있었던 연유이다.

나는 졸업반이었으나 졸업비와 마지막 기분의 등록금을 내지 못한 상태로 담임선생님의 미움을 받고 있었고 사춘기 소년의 자존심은 상처를 많이 받고 있었다. 도무지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당시에는 동계 진학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명지 고등학교에 무시험으로 진학을 해야 하는데 대학을 갈 수 있는 입장이 못 된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돈을 벌어 동생들을 책임져 주어야 하는 처지였으며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동의를 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지원하려고 했으나 등록금을 내고 타교를 지원하던지 아니면 동계 진학을 하는 조건으로 밀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졸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방법이 없었고 결국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가지고 나가 해결 받기로 작정을 했다. 그 작정은 철야기도였다. 나는 작정하고 난 후에 그날 밤부터 철야기도에 돌입하였다.

“하나님 만약에 살아 계시면 나를 만나 주십시오. 살아 계신 것이 확실하면 나는 하나님 뜻대로 살겠습니다. 만약에 안 만나 주시면 내 뜻대로 돈도 많이 벌어서 한 번 멋들어지게 살아 볼랍니다.” 주문처럼 반복하여 기도하였고 생각나는 기도거리가 있으면 기도했다. 기도할 내용이 떨어지면 “아버지 나 고등학교에 보내주세요” 하고 떼를 썼다.

철야기도를 한지 10일쯤 되었을까, 기도를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해서야 되겠나 싶었다. 이렇게 하나님 만나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성령을 간구하면 성령께서 만나 주실 것”이라는 감동이 생겼다. 고넬료에게 성령이 임하셨다는 말씀이 생각이 나면서 나도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하신 그 성령님께 나를 한 번 만나 달라고 기도하게 되었다.

철야기도를 한지 14 일 쯤 되었나 싶다. 그 날은 마침 담임 목사님이 기도 중이셨다. 담임 목사님은 내게 세례를 주신 분이며 나는 중3은 세례를 받을 수 없다고 했으나 나는 동급생 중에서 생일이 가장 빨랐으며 늦게 출생신고를 하는 바람에 만으로 올려야 할 나이를 그대로 올려서 제 나이 보다 한 살 많게 올려져 버린 관계로 만 15세 이상자라는 세례교인 규정에 간신히 턱걸이가 되어 전도사님께 떼를 써서 중3 추수감사절에 세례를 받았다. 담임목사님은 고 황금천 목사님이셨고 목사님은 우리 합동측 총회장을 지내신 분이다. 떼를 써서 받은 세례는 나중에 목사님께서 총회장이 되셨는데 이 일은 내 자존심의 상당 부분이 되었다.

당시 어린 생각인데도 “목사님은 성령께서 충만하게 부어 주시니 내가 목사님 뒤에 딱 붙어서 기도하면 부스러기라도 받아먹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쳤다. 그리하여 나는 목사님 등 뒤에 딱 붙어서 목사님 냄새를 맡아 가며 기도했다. “성령님 나 한 번 만나주셔요. 살아 계심을 확인해 주십시오.”

얼마가 지났을까. 가슴 속에서 만나 주신다. 계속 간구하라 하는 감동이 왔다. 그래서 두 손을 꼭 잡고 더욱 힘주어 만나 달라고 기도했다. 갑자기 천둥이 치듯 머리 속으로부터 “오신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머리 위에서 뚜벅뚜벅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다. 당시 교회는 단층 슬라브 구조에 기와를 덮은 교회였으니 계단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명하게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내 머리 위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다시 머리를 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성령께서 오셨다” 하는 음성이 들리고 “너는 주여 종이 여기에 있나이다. 하고 기도하라”는 음성이 들려오더니 동시에 머리털이 하늘을 향하여 다 쭈뼛하고 올라갔다. 온몸에 전률이 느껴지더니 온 몸이 불가마 속 같은 공기에 휩싸여 버렸다. 나는 삶아지고 있었다. 숨을 쉴 수도 없고 펄펄 끓는 듯 한 뜨거움으로 인해 펄펄 뛰면서 외치고 또 외쳤다.

“주여 종이 여기에 있나이다. 더욱 부어 주시옵소서. 더욱 부어 주시옵소서. 죽어도 좋사오니 왕창 부어 주시옵소서.” 혀는 말려 발음도 부정확한 상태에서 바라락하는 발음으로 주문을 외우듯 더 부어 달라고 외쳤다.

이제 숨이 막혀서 더 이상 기도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왕 받는 것이니 평생동안 효과가 있으려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문처럼 “더 주세요 더 주세요”를 외쳤다. 숨을 못 쉬고 질식되어진 상태에서 퍼뜩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내가 이러다 숨도 못 쉬고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닌가. 만약에 죽으면 어찌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더 부어 달라고 외쳤다. 이제 질식해서 거반 죽게 되었을 때에 조그맣게 소리를 질렀다.

“ 종이 이제 죽게 되었으니 그만 부어 주시옵소서.”

기도가 떨어지자 마자. 그 뜨거운 기운은 사라져 버렸다. 눈을 뜨고 보니 제 앞에 있던 목사님은 언제 나가셨는지 안계셨고 나만 혼자 동그라니 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더 달라고 할 것을... 금방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그 때에 죽을 때 죽더라도 더 달라고 했다면 아마 입신했을 것이겠고 천국에도 다녀왔을 것이겠다. 설마 성령세례를 베풀어 주시고 그 자리에서 죽이시기야 했을까.

하지만 하나님을 만났다는 기쁨과 희열로 인해 가슴은 터질 듯 했다. 얼마 후에 목욕탕 한구석에 한증탕이라는 곳이 생기고 나서 한증탕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을 때, 나는 한증탕의 그 뜨거운 열기가 내가 받았던 성령의 덮으심의 열기와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로 살아 계시는구나.
하나님의 말씀이 정말로 다 진짜구나.

그 이후로 기도하면 기도하는 대로 되어졌다. 새벽기도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자면 시계가 없던 시대였는데도 꿈속에서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벌떡 일어나졌고 세수하고 가면 새벽기도회 시간이 되었다. 나는 보물 제 1호인 파인에플 저금통에 꼬깃꼬깃 모아 두었던 전 재산을 털어서 헌금을 했다. 1971년도인데 에 3백 70원인가 하는 제법 많은 돈이 들어 있었고 당시 자장면 한 그릇에 50원 하던 때의 일이다. 고등학교 문제는 해결되어져 나는 원하던 대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고 1 때에 학생회 부흥회가 있었고 부흥회 강사로 오신 목사님은 목사가 되기로 서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일어나 보라고 했다. 특별히 기도해 주시겠다고 했다. 나를 비롯한 4분이 일어났는데 장의겸 목사님, 조성호 목사님, 이상철 선배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특별 기도를 받았다.

2. 하나님의 음성을 듣다.

죽음에 당면한 적이 있었다. 삼륜차로 이삿짐을 나르던 때이며 당시 화물차는 거의가 삼륜차였으며 삼륜차와 함께 사륜 용달차가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하던 때의 일이다.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난 휘에 재수를 하던 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유진상가에 있는 별 다방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는데 원일시장 입구에서 채소를 싣고 가던 삼륜차의 백미러에 어깨를 부딪쳤다. 아차 하는 순간에 차 쪽으로 기울며 쓰러지게 되었는데 쓰러지는 찰나에 하늘에서 들렸는지 땅 속에서 들렸는지 모를 엄청난 소리가 들려 왔다.

" 돌아라"

나는 쓰러지는 자세 그대로 돌았다. 삼륜차 뒷바퀴로 넘어지던 몸이 빙글 돌면서 발이 뒷바퀴에서 한바퀴 돌았다. 구두의 양 측면은 아스팔트에 갈려서 양말까지 뚫어졌다. 그러나 그뿐 몸은 이상이 없었고 무릎과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와 발의 찰과상 정도로 그쳤다.

처음으로 들은 하나님의 육성은 내 생명을 살리셨고 이후 지금까지 그토록 급하고 둔중한 하나님의 육성을 다시 듣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그렇게 급하고 무거운 육성을 다시 들을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 3장 3개의 단편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 (렘 29: 11-13)

소나무 뿌리는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겠다. 워커를 신은 발로 소나무 밑둥을 버티고 두 손을 깍지 끼고 단단히 소나무를 잡고는 머리를 소나무 대고 흔들어 대며 늘어졌다.

내 미래를 결정지을 내 사명이 무엇인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과연 내 꿈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하여 알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나는 세계적인 대 부흥사로 이름을 떨칠 훌륭한 목사님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때 그 때에 가서 인도해주시는 길이 있고 깨닫게 하심으로 순종하게 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나 내 인생이 대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하여는 줄거리라도 알아야 때가 닥치면 이해를 하고 곧바로 순종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 내 심정이며 기도의 목적이었다.

그러니 대체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목적이 무엇인지, 한국 땅에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하신 목적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과연 내 장래는 어찌 될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살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장래 일을 내게 물으라 응답해 주겠다”고 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약속을 단단히 붙잡고 늘어져서 답을 듣고 말리라.

소나무 둥치를 두 손으로 깍지 껴서 단단히 잡고 거기에 머리를 박고는 있는 힘을 다해 흔들며 기도했다. 요걸 뽑아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 내 사명은 무엇이며 왜 이 땅에 보내셨습니까. 간구하면 응답해 주시겠다. 언약하시었으니 언약을 붙잡고 기도합니다. 응답을 주시되 말씀으로 주시면 제가 무식해서 무슨 뜻인지 모를 터이니 총천연색 영화처럼 꿈으로 보여 주시기를 간구하나이다.” 늘어지며 기도하기를 얼마나 했는지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다. 잠시 감은 눈에 석양의 노을빛이 머무르는 것 같아 실눈을 살짝 떠 본다. 찬란한 빛으로 내 눈을 비추고 있는 석양빛. 가슴 속에서 잔잔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하다.

“꿈으로 응답해 주실 것이다”

저녁 집회를 마치고 다시 소나무로 다가와서 “정말로 응답해 주시는 것이지요. 총천연색 꿈으로 응답해 주셔야 이 무식한 종이 알아먹습니다. 말씀으로 주시면 해석도 못하고 머리 터져 죽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내 말을 그리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어주시겠나 싶었으나 부흥회에서 강사 목사님은 영화처럼 총천연색 꿈으로 응답을 받았노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며 간증한 것이 기억이 나서 나도 총천연색 꿈으로 응답해 주시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 못을 박듯 박고 난 뒤에 다시금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다. “꿈으로 응답해 주신다. 가서 자거라”

가서 자거라 하는 음성에 일순 감았던 눈이 실눈으로 변해 떠진다. 기도하는데 가서 자라니 혹시 사탄이 틈탔나 싶어 실눈을 뜨고는 “주여 뉘시오니까?” 하니 고대 뒤이어 음성이 들려온다.

“나는 너를 이 땅에 보낸 네 하나님 여호와로라. 네 입에 영을 넣어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였다. 네 입으로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네 하나님이며 네 아버지인 여호와로라. 내가 너를 불러 이곳에 오게 했으며 영을 넣어 기도하게 했느니라.”

“아멘 아버지 하나님의 성호를 찬양하나이다."

네 입으로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동시에 심히 부끄러웠다. 아무 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 참으로 민망하고 죄송하기만 한 이 작은 자에게 불려지는 아버지라는 칭호를 거절치 않고 받아 주시는 것만도 감당할 수 없는 은혜이거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는 감응에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 되었다. 과연 나는 어떤 사명을 받고 이 땅에 보내심을 입은 걸까. 하나님께서 내게 바라시는 것이 무얼까 나는 상당히 상기된 채로 담요를 덮었다.

1. 첫째 날 꿈 이야기/ 빨간물감 가죽성경을 받다.
1편,

땀을 찔찔 흘리며 허둥거리며 들어서는 기도원 같은 곳에 커다란 바위에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둥근 정원에 꽃이 만발해 있다. 나는 이쪽으로 들어가는데 저쪽으로 나오는 3분과 마주쳤다. 장의겸 선배, 이상철 선배, 그리고 조성호이다. 장의겸 선배는 책망하는 눈으로 나를 쏘아 보았고, 성호가 반갑게 맞이하며 재촉했다. 저들의 손에는 금박으로 입혀진 고급성경이 들려져 있었는데 자랑스럽게 옆구리에 차악 하고 붙여서 올려 들고 있다.

“왜 이리 늦었니. 안에서 기다리신지 오래 되셨어. 빨리 들어가 봐”

“선배님 죄송합니다. 그럼 빨리 들어가 보겠습니다. 성호야 고맙다.”

나무로 지어진 사택 안에서 돌아가신 황금천 목사님께서 엄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나는 서둘러 인사를 올리고 목사님께 내 것을 달라고 요청 드렸다.

“하나 남은 것이다”

목사님은 이리 말씀하시고는 뒤로 손을 뻗었다. 뒤 벽에서 나무서랍 하나가 쑤욱 하고 나오더니 그 안에 들은 성경책이 목사님 손에 들려진다.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성경책이다.

“네 것이다.”

나는 무릎을 꿇고 정중한 예를 표하고 성경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그 성경은 금박 성경이 아니라 빨간 물감으로 물이 들어 있는 성경책이었다. 앞서 나갔던 장의겸 선배와 이상철 선배 그리고 성호는 금박 고급가죽성경책을 받아서 들고 있었는데 나는 빨간물감 가죽성경책이라니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어 따지듯 여쭈었다.

“방금 앞에 간 선배들 것은 금박 고급가죽 성경인데 왜 제게는 빨간 물감성경을 주십니까. 바꿔 주십시오.”

목사님은 나를 쏘아 보시며 한 마디를 남기셨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나는 그 자리에 앉은 채로 빨간물감 성경책을 보면서 서러움에 울고 또 울었다. 하나 남은 것을 내게 주셨다는데 어찌 바꿔 주실 성경책이 또 있겠나. 늦게 온 벌이다 생각하니 빨리 오지 못해서 금박성경책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억울해서 또 울었다. 놀다 온 것이 아닌데...

2편,

강대상 아래에서 기도하고 있다. 성경책과 찬송가 그리고 책 몇 권과 설교노트를 끼고 기도하자니 부담스럽다. 기도를 마치고 거대한 강대상 앞에서 설교원고를 펼쳐 놓았다. 뒤로 강대의자만 24개가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교회이다. 시간이 지나도 목사님이 오시지 않고 장로님을 통해 내게 설교를 하라는 기별이 왔기에 어쩔 수 없이 올라 선 강단이다. 나는 아직 오시지 않은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으나 수많은 교인들은 내게 설교를 하라고 외쳤다. 그 중에 중년 여집사들은 손을 들어가면서 재촉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목사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강대상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리고 항의하는 교인들 틈으로 나와서 목사님을 찾아 갔다.

목사님은 지하로 내려가서 들어가야 하는 돌로 지어진 기도원 같은 곳의 허름하기 짝이 없는 교회에 계셨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비를 맞으며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교회의 천장은 지붕의 판자들이 보이고 있었고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바닥에는 빗물이 흥건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 왜 이곳에 계셔야 합니까. 목사님께서 계실 곳은 바로 저 위에 있는 큰 교회가 아닙니까.”

“아니다. 나는 이곳이 족하다. 그 교회는 네가 맡거라.”

나는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저는 어리고 부족해서 맡을 능력이 없습니다. 목사님께서 함께 해 주셔야 합니다.”

“아니다. 네 교회이니 네가 맡아라.”

나는 목사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엉엉 울었다. 목사님은 돌아가신 황금천 목사님이셨다.

2. 둘째 날 꿈 이야기/극광의 세계

1편,

깊은 바다 위에 일엽편주가 떠 있다. 잠시 후에 폭풍이 몰아쳐 왔다. 폭풍 속에서 고전을 하던 보트와 같이 작은 배의 돛대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배는 이리저리 요동을 치며 파도가 칠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배 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 왔다. 바닷물이 출렁이더니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배는 중심을 잃고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서 물결에 따라 서서히 돈다. 폭풍이 이는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용을 쓰다가 이제는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힘이 빠져 나가면서 한 쪽 노를 물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혼신을 다해 한 쪽 노로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배를 제어해 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갑자기 뱃전 쪽으로 어마어마한 파도가 덮쳤고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작은 배는 수로와 같이 쭉 뻗은 강물 위로 달려가고 있다. 돛대도 없고 노를 젓지도 않는데 어디에서 동력이 생겼는지 알 길이 없다. 강가 좌우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강물의 색은 파랗다 못해 초록색이다. 나무들은 허리둘레만큼 자란 소나무와 잣나무가 가득하고 강가에 있는 유원지 같다.

하늘은 햇빛이 비추고 있는데도 비가 쏟아져 얼굴을 사납게 할퀸다. 마치 오줌줄기와 같이 뜨뜻한 비가 얼굴을 향해 쏟아지니 눈도 뜰 수가 없다. 배의 진행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비는 더욱 세차게 내 얼굴을 할퀸다.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도무지 못 가겠으니 잠시 쉬었다 갑시다.” 분명 누군가에게 말했을 것인데 기척도 없고 존재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배는 강가에 대며 멈추었고 나는 강가 잔디에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쏟아지는 햇빛으로 인해 눈이 시리다. 실눈을 뜨며 뒤채는 나를 보고 누군가가 말했다. “여보 이제 일어나야 합니다. 빨리 가야 해요. 배가 기다리고 있어요.” 초췌하고 얼굴에 수염이 가득 자란 40대 후반은 넘었을 얼굴이 보인다. 내 얼굴이다. 마치 50은 되어 보이는 낯선 얼굴이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장난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 말했다. “여보 먼저 가요. 내가 뒤 따라 갈테니...” 그녀는 일어섰고 잠시 나를 그윽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눈으로 재촉했다.

30대나 되었을까. 까만 정장에 긴 생머리는 어깨를 덮고 있었고 얼굴이 깨끗하고 코가 오똑하며 계란형의 얼굴에 감탄할 만한 미인이다. 턱선이 명쾌하고 목이 길어 보이는 그녀의 눈을 흑진주 같이 초롱초롱했고 도톰한 입술의 경계선이 선명하다. 숨이 막힐 듯한 그녀의 자태에 넋을 잃고 서둘러 일어나 뒤를 따라갔다. 열 발자국 정도 앞섰을까. 배는 수로 끝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고 그녀가 타자 그만 출발해버렸다. 나는 놀라서 손을 흔들어 대며 불렀으나 배는 그녀를 싣고 바다의 중앙으로 달려가고 있다. 초록빛 바닷물이었다. 나는 바닷물 속으로 뛰어 들어 서너 걸음이나 달렸으나 배는 이미 바다의 중앙으로 들어가고 있다. 내 앞에 보이는 바닷물은 초록빛이며 물속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했으나 시선이 가는 2/3 앞부분부터는 탁해져 있었다.

아아 낭패한 얼굴이 되어 바라보고 있노라니 바다의 중앙은 역청과 같이 변해져 있었고 마치 팥죽이 끓듯 바닷물이 끓고 있었다.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입으로 소리쳐 그녀를 부르며 조심하라고 외쳤다. 끓던 바닷물에서 돌기가 일어나더니 기둥이 되어 그녀가 타고 있는 배를 겨냥하고 불쑥 솟아올랐다. 하나 둘 셋 넷, 배가 가는대로 배 밑바닥을 겨냥하고 솟구쳐 오른 물기둥은 배를 심하게 요동하게 했을 뿐 배는 요리조리 피해서 질주를 했다. 배안에 타고 있는 그녀는 애타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나 꼼짝도 할 수 없이 배가 가고 있는 대로 멀어져 가고 있을 뿐이다.

바다의 가장자리. 바다의 중앙에 있는 배가 내 코앞까지 도달하여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다가 한 덩어리가 되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거대한 물기둥은 내 앞에 거의 도달해 있는 배의 밑 부분을 휘감고 하늘로 올리기 시작했다. 까마득히 솟구쳐 올라가는 배를 보면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소용돌이는 까마득히 휘감아 올려놓고는 마치 분수줄기를 끊어 버리듯 물기둥을 끊어 버릴 것이다. 이미 하늘을 뚫고 올라간 물기둥은 까마득히 올라 가고 있다.

“저러면 죽는다. 저러면 죽는다.” 이성을 잃을만큼 절박해진 나는 하나님을 외쳐 불렀다.

“아버지 살려 주세요. 아버지 살려 주세요.” 사이 벌써 물기둥은 배를 구름 위까지 올려 놓고 있었으며 마침내 물기둥의 끝을 잘랐다. 떨어지면 박살이 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설마, 설마 하던 나는 그 꼴을 보고 온 영혼의 힘으로 외쳤다.

“전능하신 여호와의 빛난 주석과 같은 팔과 다리여~~~~”

마치 지켜보며 기다렸다는 듯 밑둥이 잘린 바닷물 속에 발목이 잠긴 허벅지만 보이는 빛난 주석과 같은 다리가 나타났다. 즉시 위를 보니 빛난 주석과 같은 팔은 팔꿈치까지만 나타난채로 두 손으로 떨어지려는 배의 뒷부분을 잡고 있다. 아아~

내 앞에 배가 대어졌다. 허둥거리며 올라타려는 내게 음성이 들려 왔다. “이 아이도 함께 태우고 가라.” 내 손에 들려주는 아기는 강보에 싸여 있었고 방긋 웃고 있으나 얼굴은 좀 늙어 보였는데 어릴 때 내 얼굴 같이 생겼다. 나는 아이를 안고 보트 안에 있는 부인에게 안겨 주었다. 부인은 아이를 받아 아이의 얼굴을 보며 살포시 가슴에 끌어안았다. 부인은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다. 동그만 어깨와 옆얼굴 사이로 흘러내린 귀 밑 머리가 매혹적이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배는 출발을 했고 청평호반과 같이 물 옆에 있는 절벽의 숲은 짙게 우거져 있었다. 절벽의 절경이 그대로 호수를 비취고 있다. 잔잔한 호반 위를 미끄러져 달리던 배는 항로를 틀어 좌측으로 접어들었다. 저 멀리에서 황금색 빛이 비쳐 온다.

서서히 비추어 오던 황금색 빛은 우리가 가고 있는 수로전체를 덮었고 마치 터널 안에 황금색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이 우리를 휘감았다. 배는 전속력으로 황금색 빛의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다. 극광의 세계이다.

3. 셋째 날 꿈 이야기/ 홍해의 바다절벽

1편,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왼손으로는 성경을 가슴에 붙여 잡고 오른 손으로는 손을 흔들며 답례인사를 한다. 머리는 뒤쪽이 벗겨져 있고 나이는 80은 족히 되어 보인다.

나는 빨래판으로 사용했음직한 널찍한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이리저리 건너며 어디를 가고 있는 중이다. 바위틈으로 이상하게도 바닷물이 흐르고 있었고 수정과 같이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위 옆 틈새를 흐르고 있다. 이쪽 바위에서 저쪽 바위로 발을 옮기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가 다시 내게 인사를 하는 분들에게 시선을 가져가니 내가 가고 있는 양 옆에는 백인, 흑인, 한국인 등 인종이 다양한 인파들이 모여 내게 인사를 하고 있다. 눈길을 주며 목례를 하듯 가볍게 인사를 하는데 모여 있는 분들의 감격이 대단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쪽 바위에서 저쪽 바위로 펄쩍 뛰어 건너며 미처 인사를 못하는데도 내 시선을 붙잡아 두기라도 하려는 듯 갈망하는 눈빛으로 내 뒤를 따라 붙는다.

바위가 끝나는 곳을 보니 홍해라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바닷물이 곤두서 있다. 곤두 선 바다 위에는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고 배도 지나다니고 있다. 마치 거대한 댐이 세워져 있는 듯 바닷물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바다 절벽 아래로 바닷물이 시냇물처럼 졸졸 흘러내리고 있는데 내가 딛고 있는 바위들을 보니 지도와 같이 생겼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계지도가 틀림없다. 이 바위는 미국대륙이고 저 바위는 오스트리아, 저쪽은 중국, 또 저 쪽은 아프리카이다. 마치 세계지도를 바위로 깎아 바닷물 속에 박아 넣은 듯 선명하다.

나는 바다절벽에 마주 서서 손을 들고 외쳤다.

“흐르라”

막아섰던 바다절벽은 이내 흐르기 시작했고 그래도 세계지도와 같은 바위를 덮치지는 않았다. 다만 바위 틈새로 거칠게 밀려들어가며 바위 틈새로 거품을 만들고 물결을 이루며 흘러가는데 튀어 오른 바닷물로 바위 위는 질퍽했으나 내 신발을 적시지는 못했다.

2편

꿈의 장면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군함의 조타키를 잡고 있었는데 내 어깨에 예수님의 손이 얹혀졌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중앙으로 저 깊은 곳으로 가라”

나는 키의 방향을 중앙으로 향했고 명령했다.

“전속력으로 중앙으로”

바다 중앙으로 나가는 동안에 보니, 나는 어마어마한 항공모함급의 최신예 군함을 지휘하고 있었다. 바다를 둘로 쪼개며 시원스레 달리는 우리 함정 앞에 상대할 만한 군함은 없었고, 당해낼 만한 군함도 없었다. 우리 군함은 사방을 평정하며 마침내 작전임무를 마쳤다. 최신예 군함의 후미에 쓰여 있는 함정의 이름은 한국호로 표기되어 있다. 한국호는 작전을 마치고 위용을 뽐내며 부두에 입항했다. 군함의 측면에는 군함의 특징이 적혀 있는 숫자가 표기되어 있다. 예를 들면 927 이라고 쓰여 있는 군함이라면 구축함이라는 뜻이며 27번째 구축함이라는 뜻이다. 한국호의 측면에는 “사 51장”으로 쓰여 있었다.

주)

꿈을 꾸었다. 평생이 어찌 풀릴지 운명이 어찌 변화되고 발전을 이루어 나갈는지 그 시점이 언제쯤이나 되는지, 장래에 대한 불안과 장래에 대한 알고픔이 갈망으로 폐부에 가득 찼을 때의 이야기이다. 마치 조금 남은 치약을 짜서 밀어내듯 폐부에 담긴 질문들을 짜내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바치듯 아뢰었다.

꿈을 꾸고 온갖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그 꿈을 잡고 마침내 꿈대로 자신을 이룬 요셉을 떠올렸다. 환상으로 조국의 미래와 하늘의 세계에 대한 예언을 했던 다니엘을 떠 올렸다.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가 꾼 꿈과 남편 요셉이 꾼 꿈이며 동방박사가 꾼 꿈을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님을 가슴에 안고 감격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던 성전 붙박이 시므온과 안나의 꿈을 생각해 보았다. 이들이 꾼 꿈은 하나같이 장래에 영향을 끼친 예언적인 꿈이었고 비록 그것이 하룻밤에 꾼 한 장면에 불과한 꿈이라고 해도 절대상황을 반전시키고 그 단편적인 꿈이 평생을 좌우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꿈이었다.

이로보건데 꿈은 예언적이며 예시적인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하나님께서 동행하시고 있다는 확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꿈을 통해 평생 동안 하나님께서 나와 동행하시고 있다는 확증을 얻을 수 있다면 마땅히 꿈을 꾸어야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 마땅히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은 내 영혼의 세계가 역동하고 있음에 대한 반증이며 성령님과 교통하고 있는 통로이다. 하나님에 의하여 꿈이 꾸어지면 그 꿈은 꿈으로 그쳐지지 않고 소원으로 발전되어진다.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바라는 것, 소망하는 것을 소원으로 품지 못하게 되어 있다.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소원이 품어지게 되어 있다. 이는 인간이 논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