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강가의 통나무집
2. 금강가의 통나무 집
하영과 나는 금강 가에 있는 소문이 자자한 민물매운탕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동이를 벗어나 금강으로 이어지는 강줄기를 따라 얼마나 갔을까 그리 녹녹하지 않은 비포장 길에 들어섰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가는 동안에 차창 밖 금강 가에는 수양버들의 가지가 축축 늘어져 있었는데 가끔 심사가 뒤틀린 듯한 가지는 뻗정다리 모양으로 뻗쳐 있는 녀석도 있다. 금강 바로 위에는 커브를 그리며 알맞은 곡선으로 이어져 있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마침 속도경쟁이라도 하는 듯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다.
고속도로가 이어져 있는 고가 아래로 굽이굽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 금강줄기는 짙은 물색으로 치장하고 느릿느릿 흐르며 물길이 닿는 곳마다에 모래더미를 생산해 놓았다. 거기에는 수초들이 깃들어 있고 깃들인 수초들 사이에는 어린 치어들이 노닐고 있을 터이다. 금강에는 생명과 풍요가 어우러진다. 가끔 하늘이 요동하면 벌컥 뒤집혀 태평한 모양은 간 곳 없어지고 검붉은 흙탕물이 되어 천하를 집어삼킬 듯 도섭하는 때도 있지만, 그렇게 요망을 떠는 때는 일년 중에 대여섯 차례요, 잘하면 두어 차례 생기고 나면 일년이 훌쩍 지나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금강의 흙탕물은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다. 하긴 하도 땅이 걸어 소나기만 힘차게 쏟아 부어도 금강줄기의 물은 금시로 흙탕물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소나기가 지나고 얼마 후면 금강은 평온을 되찾고 여전히 맑은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 맑기로 소문이 나 있는 옥천과 세천의 지류에서 뿜어 나오는 물이 서화천에서 합쳐지고 다시 금강에 합류하는데 금강의 맑은 물은 옥천과 이원이 포도의 특산지로 명성을 떨치게 만들어 준 젖줄이다. 이원과 옥천 그리고 영동을 휘감아 도는 금강주변에는 딱히 이렇다 할 직업적인 어부들이 없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포도밭을 일구어 살아온 내력은 어부라는 직업을 따로 인정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부란 바다생선을 잡아 파는 큰 바다의 어부를 어부로 인정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이 맑고 깊은 금강의 지류에서는 어디에서고 물고기가 넘쳐났다. 그저 도랑물 정도의 물에서도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물고기였으며 구태여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 논이나 논 물고만 뒤져도 새뱅이라든지 도실비(올갱이)라든지 미꾸리 등이 넘쳐 났으니 누가 민물고기를 사서 먹을 것이던가. 물이 차가우면 허벅지까지 기어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족대 하나와 들통 하나 들고 양은 솥단지 석건 요것저것 챙겨서 개울물로 가면 그게 천렵이었다. 농사짓기도 바쁘고 포도밭까지 돌아보아야 하는 처지에서 부러 천렵을 하는 팔자 편한 이들은 없었다. 비가 내리면 물고를 봐야 했고 쾌청한 날에는 포도밭을 봐야 했다.
장정 몇몇이 죽이 맞아 걸쭉한 어죽탕 생각이 나면 점방에서 막걸리 몇 통 하고 각자의 집에서 양념거리를 가지고 붙으면 그만이었다. 푸성귀 정도야 너냐 나냐 할 것 없이 몇 주먹 정도 뜯어 먹어도 일 없었다. 누구네 밭인지 소상하게 알고 있는 터에 푸성귀 좀 뜯어 먹는다고 해서 부아를 낼 사람도 없거니와 어죽탕을 한 사발 들이 밀면 그 고소한 맛에 언제 어느 때라도 실컷 뜯어 먹으라는 인사까지 받는 터이다. 어죽탕을 끓일 때에는 반드시 된장을 풀었다. 된장을 풀어야 비린 맛도 없어지고 듬뿍 들어간 고춧가루의 칼칼한 맛을 중화시켜 줄 수도 있는 것이며 걸쭉해지기 때문이었는데, 그 맛에 길들어 있는 혀는 된장을 풀지 않은 어죽탕은 어죽탕이라고 인정도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뚫리고 인근 대전과 금산 등지에서 몇 십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금강은 미식가들의 주문에 따라 금강주변에 매운탕 집과 오리탕집이 생기면서 타지에 살던 이들이 금강의 어부가 되었다. 이들은 주로 일급수에 사는 피라미를 잡아 도리뱅뱅이를 만들어 금강휴게소 등지에서 팔았다. 개발붐이 불면서 장정들은 결혼과 자녀 교육문제로 도회지로 나가서 살게 되었고 자주 돌아보지 못하게 된 논에는 상대적으로 농약을 많이 주게 되었다. 농약을 많이 준 논바닥에서는 겨우 올챙이들과 물방개 따위의 수생곤충류들이 넘나들 뿐, 그리도 지천으로 널려 있던 물고기는 고사하고 미꾸리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불과 10년이 왔다 갔다 하는 세월 동안에 옥천과 동이는 엄청나게 변해버렸다.
자갈길의 비포장도로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강변 쪽으로 느티나무집이 위치해 있다. 마당으로 진입하는 중에 마침 배를 대고 잡은 고기를 그물채 끌고 오는 주인과 만났다. 극진하게 인사를 건네며 종업원을 소리쳐 불러 좋은 자리로 인도해 드리라 한다.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당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방에서 부인인 듯 보이는 아주머니가 커다란 채를 들고 나오며 살갑게 인사를 건낸다. 통나무로 지은 집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는 듯 그리 관록은 없어 보였으나 주인의 취향에 따라 현대식으로 지은 통나무집에는 여러 가지 옛것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어지간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실내로 들어서니 그윽한 고향의 냄새가 코를 자극해 오며 평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예 방바닥에 배를 깔고 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실내에는 맷돌이며 절구통이며 코뚜레를 여기저기 걸어 놓은 것하며 바닥은 콩기름을 먹인 전통장판으로 깔아 놓았다. 참 오랜만에 보는 콩기름 장판이다.
코뚜레가 걸려 있는 방으로 들어서서 창가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니 뒤따라온 주인아주머니가 멀리서 오신 분이라고 충청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천연사이다를 한 병 내어 놓고 사양하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주어 병뚜껑을 따더니 잔에 가득 따라 주며 권한다. 그제야 사이다를 받아 들고 사례를 하고 깊이 한 모금을 들이켰다. 가득 담긴 잔에는 사이다 방울이 솟구치며 튀어나와서 사방으로 터지고 있다. 깊이 한 모금을 들이켜니 그 시원하고 싸아한 느낌에 온 몸의 긴장이 일순 풀어지면서 노곤해지는 것이 기분마저 낫낫해졌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이렇듯 후대를 받고 보니 몸 둘 데를 모르겠습니다.” 꾸뻑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손사래를 치며 “아녀유 아녀유” 한다.
하영이가 이끌고 온 매운탕 집이니 하영이는 주인과 익숙한 모양인가 보다 하고 있으려니 주인이 이내 들어왔다.
“어서들 오셔유. 최 주임님께 연락 받았시유, 서울에서 내려오신 귀한 손님이라고 말이쥬. 인사 드리것시유. 최가여유”
앉은 자세에서 깊숙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는 최 사장은 어부의 손답게 투박한 손에 아직 고기비늘이 묻어 있는 듯 했는데 얼굴색이 붉으레하고 입술은 두툼했으며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전형적인 어부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반갑습니다. 최 사장님 직접 물고기를 잡아서 맛있게 요리해 주신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맛이 기가 막히다구요. 기대가 큽니다.”
악수를 청한 주인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냈다. 수인사를 하는 동안에 주인 부부는 정말로 좋은 손님을 만났으니 최선을 다해서 손맛을 보여 주겠다는 듯 야물게 물고 있는 입술로 호감을 표시한다.
“소설을 쓰신다구유? 우리 집사람도 문학에 관심이 여간 많아유, 시방은 이래두유 문학 소녀 였시유.”
옆자리에 앉은 부인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주인의 투박한 손을 뿌리치면서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별소리 다하시우. 소싯적 이야기인디유. 아녀유 아녀유”
마치 문학시험문제를 낼까 두려운 듯 손사래를 치며 힘껏 남편을 향하여 눈으로 나무라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우리는 우선 이 집의 최고 자랑거리인 어죽탕을 주문하며 입맛을 다셨다. 주인아주머니는 상차림을 위하여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였다. 주방으로 향하면서 남편에게 좋은 말씀 많이 들으시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남편을 주저앉힌다. 아마 소싯적의 문학소녀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많이 해달라는 듯 말이지.
“선상님 소설 쓰는 것 참 힘든 일이지유? 소설을 쓰는 양반들을 보면 어째 그리 말을 잘 맹그는지 모르겠슈. 참말로 그런 것 다 해 보고 쓰는 것인감유?”
“르포가 아닌 이상에는 경험한 일에 살을 붙이고 상상해서 글을 쓰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설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옛날에 있었던 일을 소설로 맹그는 것은 뭐라고 하는감유?”
진지하게 따지듯 묻고 있는 주인장의 말에 나는 고만 문학시험을 치루는 꼴로 성심을 다하여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긴장감까지 들었다.
“옛날에 있었던 일을 뼈대로 하고 상상이라는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대개의 소설이 그렇습니다. 소설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주인장”
“제가 꼭 소설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디유. 선상님이라면 그 이야기를 맛있는 소설로 쓰실 것 같아유. 제 이야기를 듣고 꼭 소설로 써 주시면 좋겄구만유”
나는 직감으로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 거리가 담겨져 있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낚아챘다. 사연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다 이야기하려면 소설책 3권은 된다는 말을 종종 한다. 왜정시대와 6.25를 한 몸에 겪은 세대의 그 시절 이야기를 소설로 써낸다면 대하소설로 써야 겨우 입맛을 다실만하다는 분의 구구절절한 사연도 있다. 나는 직감으로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의 뼈대를 주인장에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갑자기 가볍게 몸이 떨린다. 기대 때문일까.
쏴아아아~
갑자기 급한 소리를 내며 금강 위에 소나기가 세차게 떨어진다. 고요한 수면 위를 때리는 세찬 소나기를 받으며 금강은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파동이 되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만들어내더니 수양버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깊은 물가에 희미한 물안개를 뿜어내더니 이내 물가를 안개로 덮는다. 벌써 수양버들이 자리 잡고 있는 강 가장자리에는 움푹 파인 깊은 물가 속으로부터 물안개가 서리고 물색은 탁해지고 있다.
세찬 소나기는 음식점 천장에 빗소리를 사납게 뿌리며 강가의 음습하고도 고즈넉한 고독의 세계로 휘감아 갔다. 사위는 캄캄해지고 세찬 소나기 소리와 함께 탁한 물결이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 내더니 어느새 강가는 물의 세계로 몰입되어가고 있다. 손님의 발길도 끊어졌는지 강가에 줄지어 서 있는 음식점에 들고 나던 자동차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주방에서는 어죽 끓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창가에는 들이치는 세찬 소나기의 소리와 물살이 만들어지는 소리, 어둠이 드리워지는 소리가 창가에서 쉴 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주인장의 다음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온 몸의 세포를 열었고 감추어 두었던 촉수를 뻗었다. 동안의 목마름이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감동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었던 목마름이었다. 작품다운 작품을 쓰고 싶었다. 영혼의 소리를 내는 말이며, 영혼을 움직이는 글로 세월의 경계를 뛰어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침이 오기 전, 동이 터오기 전, 늦은 새벽이며 이른 아침에 새벽이슬을 머금고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오는 비명을 뒤로하고 활짝 만개하는 장미의 경쾌한 싱그러움이 담겨있는 서설을 쓰고 싶었다.
관우가 적토마를 타고 청룡도를 휘두르며 대지를 가르는 가름이 있는 숨이 가빠오는 글로 내용을 채우고 싶어 목말라 했다.
괴테가 비극의 종말 속에서 찬연한 소망을 그려냈던 것처럼, 슬픔과 소망이 조우하여 마침내 멋들어진 소망의 자락과 꿈의 성취를 노래하는 마침표에도 감동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오랜 구애에 성공하여 하늘 끝 높다란 창공에서 합궁의 세레나데를 멋지게 우짖으며 힘찬 날개 짓으로 세레모니를 펼쳐내는 황조롱이 부부와 같은 화려한 비상의 경쾌함을 그려내고 싶었다. 내 소망이 무엇이며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존재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시대의 절망인들에게 이 책을 보라고 내어 놓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주인장의 말에 숨을 헐떡이며 빨려 들어갔다.
갑자기 번쩍하는 번개의 움직임이 하늘을 가른다. 뒤이어 천둥의 포효를 뒤로 하고 냅다 치는 벽력소리에 천지가 불끈하더니 뒤이어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뭣이 빠작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만 뒤대어 전등불마저 나갔다. 때마침 맛 뵈기를 내어 오려고 붕어찜을 조심스럽게 쟁반에 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의 “에구머니” 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며 이내 엉덩방아를 찧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주인장도 엉금엉금 기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더듬더듬 손전등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임자 뭔 일이 있는겨? 대답해 봐아”
“나 괜찮아유. 일 없시유 그러니께 전등불이나 찾아 봐유”
“괜찮어? 임자 솔찮이 놀랬을텐디 걱정말어. 시방 찾아 보고 있으니께. 이노무 전지불이 대관절 어디에 있는겨”
더듬더듬 거리며 기억을 되찾아 손전등을 놓은 곳을 찾던 주인장은 맷돌 옆에 두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맷돌짝 옆에 놓여 있던 손전등을 찾아 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서치라이트처럼 한 줄기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서둘러 촛불을 찾아 촛불을 켜는 동안에 주인 댁도 주방 식기세척기 위에 놓여 있던 손전등을 찾아 어죽탕을 서둘러 내왔다. 머릿수건에 해묵은 검댕이를 뒤집어쓰고 등장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그 동안 주방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겠다.
주인장은 10년 전 자신의 고향에 있던 이야기라고 하면서 강 건너에 있는 제법한 통나무집을 가리켰다. 하늘마저 캄캄하여 사위를 분간할 정도도 되지 못한 터에 강 건너에 있는 통나무집이 제대로 보일 것이겠나. 커다란 소나무에 가려서 대꾸 곤댓짓을 해도 여간 보이지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을 하는 동안에 소나기는 그쳤으나 물안개에 가려 사물을 분간하는 일마저 쉽지 않았다.
주인장의 배웅을 받고 극진한 인사를 뒤로 하고 나는 부러 통나무집을 보기 위하여 강 상류 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질펀한 땅이 진흙처럼 뭉개져 있어 바퀴가 닿는 곳은 그대로 진창으로 변해 버렸다. 겨우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에서 통나무집을 관찰해 볼 수 있었다. 희끄무레한 자태로 겨우 시야에 들어오는 통나무집은 제법 규모가 당당해 보였다.
강 이편과 강 저편의 사이에는 강이 하나 가로막고 있다는 것뿐인데도 왕래가 거의 없었다. 매운탕 집이 있는 강 이편은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이고 강 저편에 빤히 보이는 통나무집은 동이면 우산리이다. 강 저편은 영동군 심천면과 옥천군 이원 면 그리고 옥천군 동이면이 서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가끔 강 건너 마을의 소식이 들려지는 때도 있었는데 주로 재난이나 혹은 신문이나 방송에 전해지는 커다란 사건의 뒷소식 정도였다. 내지 중의 내지인 충청북도는 타지에 비교하면 문화적인 교류문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도 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강 건너의 소식은 마치 외국의 소식이나 되는 것처럼 생소하게 들려왔고 강 건너의 소식이 작은 가십거리 정도에 불과해도 강 건너 소식이라는 이유로 그것은 큰 사건처럼 들려지기 일쑤였다. 면장만 달라도 이족처럼 멀리 느껴지는 터에 군수가 다르면 군민전체를 이족으로 생각되어 멀게 느껴졌다. 왜 그러한가? 면만 달라도 이족처럼 느껴지게 되는 그런 묵과적인 전통이 충청북도인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지방과 달리 충청북도는 내지 중의 내지라는 지리적인 여건과 함께 성씨 혹은 문중중심으로 발전해온 문화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청북도의 리에는 문중의 중심이 되는 최씨 마을, 김씨 마을 등으로 불리곤 했다. 우리 평산리만 해도 최씨 마을로 일컬어지곤 했고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은 주소는 몰라도 성씨만 알면 사람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충청북도인은 장사에 서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고 흥정은 장사의 기본기임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인은 받을 금만 받고 언감생심 받으면 안 될 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고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일가라는 개념이 뼈골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리라. 장터에서의 대화는 밀고 당기고의 재미가 있기 마련인데 충청북도인들의 장터에 가면 도무지 재미가 없다.
“배추가 실하고 좋네요. 한 포기에 얼마유?”
“어서 오슈. 한 포기에 500원씩이유”
“그러면 이거 두 포기 800원에 주세요”
잠시 굼뜬 동작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렇게 말한다.
“일 없시유. 가지고 가서 짐승이나 멕일규”
짐승이나 먹이겠다는데 더 이상 어찌 말을 붙일 것이겠나. 흥정이고 뭐고 대화 끝이다. 손님은 머쓱해져서 발걸음을 옮기고 해가 뉘엿해지도록 팔리지 않은 배추를 머리에 이는 배추 파는 아낙네는 그제야 800원 받고 팔 것인디 한다. 오천 원 이상이 되는 것이면 그래도 흥정다운 흥정을 하게 되는데 그 흥정이라는 것이 밀고 당기기이다. 워낙 흥정에 서투른 위인들인지라 마음에 드는 물건인데 값이 마음에 안 들면 먼저 흠집 내기 작업에 돌입을 한다. 흠집이 있으니 값을 덜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통념 하에 값 깎기 작업에 돌입하는데 값을 깍기 위한 온갖 수단이 다 나온다. 여기저기 만져보고 눌러 보면서 멍이 들었으니 내게 싸게 파는 것이 상수라는 암시를 주기 위한 꼬투리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잘 익은 복숭이라면 꾸욱하고 힘주어 만지지 않아도 몇 번 들었다 놓았다만 해도 사방 군데에 죄다 멍이 든다. 복숭을 파는 아낙은 복숭에 멍이 들면 자신의 허벅지에 멍이 드는 것인 양 사력을 다하여 공격해 들어오는 손님의 손가락을 방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사력을 다해서 막아내도 음흉한 손가락을 다 막아낼 수는 없다. 일견 다른 복숭을 가리키는 체 하면서 어느 결엔지 벌써 손가락으로 찍어 놓은 복숭이 있으니 안 팔면 손해를 본다. 하여 복숭장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파는데 거개의 경우에는 덤을 하나 더 주는 것으로 낙찰이 되고 그 덤은 손가락에 찍혀 누렇게 멍이 들어 있는 복숭을 하나 더 끼워주는 것으로 흥정이 마무리된다.
“복숭 장사를 일이년 해 봐. 내가 느것들 속곳 가랑이까지 들어갔다 나온 년이여. 내가 ”
멍든 복숭을 크게 인심 쓰듯 덤으로 얹어 주면 손님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할 수 없이 봉지를 받아 든다. 손님이 가고 난 뒤에 멀어져 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숭장사는 원수를 갚았다는 듯 고소한 표정을 지으며 삐쭉인다.
흥정을 벌이는 일에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충북인들이지만 그 대상이 송아지라면 여간 다르다. 송아지를 사고파는 일에는 며칠씩 쫓아다니면서까지 흥정을 벌인다. 꼭 사고 싶은 실한 송아지라면 시간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나타나 팔라고 늘어지는데 밀고 당기기에 지친 주인 쪽에서 두 손을 들 때까지 얼굴을 들이댄다. 결국 흥정이 끝나고 셈을 마치면 송아지의 코에 코뚜레를 한다. 코뚜레를 해서 고삐를 넘겨주어야 셈이 끝나는 것으로 치기 때문이다. 송아지의 존재가치는 집안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대단한 존재가치를 가진 것으로서 실한 송아지 한 마리의 가치는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위한 보험이며, 농사를 기름지게 만들어줄 월급 없는 머슴이다. 그래서 실한 송아지라면 빚을 내서라도 사서 외양간에 매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농민의 마음이며 보람이었다.
송아지가 있는 집은 송아지를 끌고는 “이랴 이랴 어허어 이노무 소가 왜 이리 말을 안 들어 먹는겨, 이랴아 이랴 끄을끌” 송아지 없는 집 문 앞에서 부러 목소리를 높였는데, 송아지가 없는 집에서는, 저 인간이 왜 우리 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지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기에, 푸욱 찔린 염장을 부여잡고 대꼬바리에 담긴 봉초담배를 있는 힘을 다해 뻑뻑 빨아대는 것이다. 길을 가도 송아지가 있는 집의 자식은 재고 다니고 송아지가 없는 집의 자식은 있는 대로 어깨를 늘이고 불쌍한 얼굴로 다녔다.
농사를 주무기로 삼는 다른 지역에도 마실 문화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충청북도에는 마실 문화권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몰과 얼추 맞추어 저녁을 먹고 나면 긴긴밤 동안에 마실을 다닌다. 동무 집 사랑으로 몰려서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만들며 장정 이상은 막걸리 한잔을 하며 두루두루 이야기를 나누며 긴 밤의 동공을 채워나간다.
그런데 매일 밤마다 마실을 다닌다면 이야기꺼리도 동이 날만도 할 터인데도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입심이 좋은 동무는 언제나 하나 가득 이야기를 만들어 온다. 이야기재료는 일상에서 일어난 일은 그 무엇이라도 좋았다.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았고 종교를 가리지 않았으며 돌맹이에서 산천초목 여기에 꼭 왼쪽다리만 걸면 이긴다는 외눈 도깨비 이야기 처녀귀신 몽달귀신 달걀귀신 등의 귀신 이야기까지 도무지 거리낌이 없었다. 여기에 아무개와 아무개의 연애 이야기라든지 들창문으로 살짝 넘본 남의 부부 합궁 이야기가 들어가면 금상첨화였다. 마실꾼의 입에서 들창문 이야기가 나오면 얼마 동안은 동리의 들창문이란 들창문은 꽁꽁 잠기기 마련이었다.
입심이 좋은 동무는 인기가 있고 언제나 말 한자리라도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 동리의 대소사에도 불려 다니는 귀하신 몸이 된다. 재담꾼 곁에는 말 한자리 똑 부러지게 하는 이야기꾼이 되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싶어 하는 부류가 몰려들기 마련이다. 하여 되는 이야기든지 안 되는 이야기든지를 막론하고 대충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오는 것이 숙제 아닌 숙제가 되어 있다.
호롱불이 하늘하늘 거리는 사이로 입심 좋은 이야기꾼의 입담은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 것으로서 녹작지근한 어깨를 주물러 주는 안마기와 같았다. 가끔 얼토당토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무리하게 늘리고 줄이는 뻥에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야유를 당한다. 경우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데, 이야기란 사실에 가까울수록 좋은 이야기이며 감칠맛이 나게 해야 그럴듯한 기쁨을 주었다. 하여 이야기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이야기꾼들의 밤은 짧디 짧았다. 그럴듯한 이야기에 녹아들어 가끔씩 참견을 하며 장단을 맞추다 보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야기꾼의 되지도 않는 말을 진짜인 것처럼 꾸며 말하는 표정과 정말로 그러한가 하고 턱을 받치고 빠져들고 있는 순진한 청중들을 보고 있노라면 간이 근질거리는 듯한 간지러움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한바탕 웃고 나면 하루가 달았고 낫낫한 기분이 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까지도 생겨나곤 했다. 이야기꾼들의 단골 소재가 바로 강 건너 이야기였다.
강 건너에 가서 사실인지 확인도 못해 볼 말이, 아니 확인해 봐야 뻥임이 확인될 수밖에 없는 말인데도 강 건너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속살거리는 신비로움이 있었고 강 건너라는 말에는 뭉게구름과 같이 호기심이 뭉클뭉클 생겨난다. 과연 강 건너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도시 궁금했다. 그리고 저들의 이야기에도 강 건너 이편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아주 궁금해지곤 했다. 강건너 아이들은 빤쓰를 입고 있다고 했다. 우리쪽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빤쓰를 입지 못하고 살던 때의 일이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더욱 궁금해지곤 했다. 서울내기인 나도 빤쓰가 하나 뿐이라 학교 갈 때나 혹은 무슨 거창한 행사가 있을 때나 예식처럼 갖추어 입곤 했던 빤쓰를 매일 입고 산다는 저들은 적어도 왕족이거나 귀족쯤은 되는 줄로 생각되었으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이 발동되어 들은 말 하나 하나를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곤 했다.
강 건너 이편과 강 너머 저편은 상류냐 중류냐 하류냐에 따라 각각 군이 달랐다. 군이 다르니 서로 다른 군수가 있기 마련인데 군수가 다른 군민들의 서로 다른 삶과 삶 속에서 새끼줄처럼 꼬아지고 엮어지는 이야기들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강 건너에서 시집온 새댁은 언제나 특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새댁이 하는 말은 덮어놓고 믿었다. 가끔 서울에서 시집을 온 새댁이 생기곤 했는데 서울새댁과 강 건너 새댁의 인기는 강 건너 새댁이 단연코 으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회지나 서울에는 일가나 친척이 있어서 가끔씩 다녀 올 일이 있으니 신비로울 턱이 없으나 강 건너에 빤히 보이는 불빛을 보면서도 평생 강 건너에 가 본 일이 없는 우리네들에게 강 건너는 신비로운 나라임이 분명했다. 거기는 별천지임이 틀림이 없으렷다.
강 건너의 일이라 했다. 강 건너의 일에 목말라 했던 내게 주인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뙤약볕 아래 원두막에서 잘 익은 복숭의 껍질을 살살 벗기며 혹시 땅에 떨어지지 않을까 있는 대로 염려하면서 잘 벗겨진 복숭의 속살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것처럼 달디 달았다.
나는 주인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해 보았다. 2시간여에 걸쳐 들은 이야기를 뭉쳐서 한 줄로 줄였다가 다시 늘려 100줄로 만들어 보았다 이를 다시 다섯줄로 줄여 놓고 500줄로 늘려 보기를 수차례, 마침내 중국집 주방장의 손길에서 자장면의 가는 면발이 솔솔 나오듯 대충의 뼈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살을 입히고 가죽을 씌우고 그 가죽을 세밀하게 주물거리며 조각하여 사람과 똑같은 마네킹을 만들어 내야 한다. 먼저 주인장의 친구이며 강 건너 통나무집의 주인인 칠뜨기를 만나야 했다. 칠뜨기가 자주 가는 곳하며 괴로울 때에 어디를 갔는지 서글픈 날을 무엇으로 인내해 냈는지 길고 질긴 아픔의 날 동안에도 칠뜨기를 사로잡고 있던 그 질긴 꿈을 붙잡을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만 했다. 영락없이 하루가 지나고 있다. 이제 서울로 돌아와야 할 때이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이 작업에 얼마의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와 몇 번의 만남을 가져야 완성될 것인지 글을 쓸 수 있는 자료를 어떤 방법으로 구할 것인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나는 일단 부딪쳐 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마음 먹었다.
주인장은 10년 전 강 너머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마치 10년 동안 보물처럼 온갖 정성과 치성을 드리며 숙성시킨 장을 처음 꺼내는 대주 마님의 손처럼 주인장의 얼굴에는 경건한 표정마저 감돌았다. 혼자의 가슴에 묵혀둔다면 죄가 될 것 같다는 심정이 주인장의 얼굴에 떠오르며 비장함마저 비쳐지고 있다. 10년 동안 떠깨비진 곰팡이 아래에서 신비롭게 익을 대로 익고 숙성되어 깊고 진한 맛으로 얼굴을 비쳐줄 묵은 장의 신비를 열 듯, 장 뚜껑을 여는 대주 마님의 손이 떨리고 입술이 바작바작 마르는 것같이 칠뜨기의 이야기를 여는 주인장의 입술도 떨렸다.
10년 동안 가슴에 서리서리 고이 간직해둔 묵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묵혀 둔 것은 친구인 칠뜨기를 무시하고 무던히 골탕 먹였던 추억하기 싫은 자신의 치졸했던 기억과 가끔씩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비겁함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억 저 너머에 묵혀 두었던 숙성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주인장과 칠뜨기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 하나 둘 점점이 흩어지며 이어지고 있는 징검다리와 같아서 깡충 걸음으로 뛰어 넘어가고 있는 저들의 모습이 단번에 그려졌다. 주인장은 정겨운 추억이 어려 있는 대목을 회상할 때에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얼핏 눈가에 이슬마저 어리는듯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런 대목에서는 마치 연인과 밀월 여행을 떠나 호젓한 산골짜기의 오솔길을 함께 걷고 있는 듯 진한 풀내음과 함께 종아리에 긴 풀이 감겨 들며 그녀의 체취가 전해지는듯 했다.
마침내 칠뜨기가 운명의 여인을 만나서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살얼음이 살짝 얼려져 있는 동치미 국수의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싸아하고 짭쪼롬한 맛이 내 목울대로 넘어가는 착각을 느꼈다. 운명의 여인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서울의 부잣집 외동딸이었다고 했다. 그런 여인을 자신의 가슴을 열고 심장 속에 넣어두는 칠뜨기. 주인장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에 나는 그 뒷 이야기가 그려져 숨이 막힐 듯 터질 듯 부대껴오는 긴장감으로 심장의 압박까지 느끼며 들었다. 그리고 칠뜨기가 결혼까지 도달하게 되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칠뜨기가 했을 마음고생과 현실의 벽에 부딪쳐 울부짖으며 비애와 절망을 맛보았을 심성 고운 칠뜨기의 고뇌가 폐부를 찔러 왔다.
칠뜨기가 가슴을 찢고 자신의 심장에 넣어둔 사랑하는 여인을 여인의 부모에게 빼앗기고 울부짖는 대목에서는 나도 무너지고 말았다. 평탄한 세월을 사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경험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평범한 삶으로는 수십갑자를 넘나들어야 얻을 수 있었을 슬픔의 양이며 고통의 양이었다. 세월의 하루하루를 고통과 슬픔 그리고 절망의 벽에 부딪친 나날들이 그려진다. 칠뜨기가 먹었던 밥에는 고통과 슬픔의 쓴나물이 반찬이었고 칠뜨기의 비애와 고통 그리고 자신의 상실감까지 가중되어진 눈물은 국물이었다. 그 아득하고 아련한 아픔의 세월이 크로즈업 되면서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마침내 여인이 철벽같은 부모를 설득하여 칠드기 곁으로 돌아와서 “당신과 새끼손가락 걸고 맹세한 맹세를 지키려고 왔습니다. 새끼손가락을 걸며 언약을 할 때 하나님께서 살려만 주신다면 영원토록 당신을 내 지아비로 모시겠다고 맹세했습니다.” 했을 때에는 하늘이 열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하늘을 두고 사랑한 두 사람의 운명은 결혼에 골인하고야 만다.
칠뜨기의 결혼 과정까지의 기나긴 이야기는 달디 달아 2시간여의 이야기가 10분쯤이나 되는 듯 달게 들었다. 듣는 동안에 마치 결혼행진곡이 하늘에 울려 퍼지고 그 주인공이 되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가슴에 뭉클 전율이 흐르며 장중한 감동에 몸을 떨었다. 마치 하늘의 천사들이 팡파레를 울리고 있는 것처럼 칠뜨기의 결혼행진곡은 내내 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은 우리들은 한숨을 깊이 토해내며 꿈같은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나는 칠뜨기의 결혼행진곡이라는 명패를 달아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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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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