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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형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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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3-08-15 (금) 0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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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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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211.xxx.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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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오죽했으면
어린 것들 먹는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뻐근해 오는
어미의 마음을 접어야 했을까요.
오죽했으면
무섭다고 하는 어린 것들을 먼저 밀쳐 버리고
앙다문 잇사이로 신음하며 한탄하는 눈으로는 하늘을 한 번 보고 비린내 풍기며 노니는 군상들의 군무하는 저주스러운 땅을 향해....
곤두박질쳐진 그대의 시린 세월 사이로
이끼 가득한 바위 옆
쪼잔스레 덕지덕지 퍼랭이가 너덜거리고 있는 옆
하얀 배를 드러내고 눈자위가 썩어 들어가는 흐리멍텅한 눈을 가진 이름 모를 물고기의 사체가 스쳐지나 갑니다.
그대의 무덤 옆,
앙증맞은 발을 가지고 오몰거리던 입으로 첫 숫가락을 빨아 먹던 어린 것들의
앙증맞은 두 발을 두툼하게 감추어 버린 그 옆에는
사자밥인가요? 밥 숫가락이 나 뒹굴고 있는 ...
모진 세월의 자락을 끊어내니 시원하시더이까.
그대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 아래,
한 무더기의 군무를 추고 있는 군상들 사이에
나도 있습니다. 세월의 하얗게 바랜 색깔과 퇴색되어가는 이 땅이며, 이 겨레이며...
저녁을 먹으며 밥숫가락을 들고 잠깐 스쳐가는 사이에 그대의 절규가 귓가에 들려 오는 것만 같아서 잡은 밥숫가락에 힘을 더해 움켜 쥔
나는,
차마 밥숫가락을 놓을 용기가 없었나 봅니다.
한 번 더 생각하지 그랬습니까.
한 번 더 어린 것들의 앙증맞은 발을 처음 본 그 때의 신비롭고 경하스러운 생명의 신비를 콩딱 거리는 가슴으로 받아 들었던,
그 날을 생각해 보지 그랬습니까.
뻥 뚫린 시린 가슴 속으로 소망이라는 한 마디를 떠 올려 보시지 그랬습니까.
소망은 죽음을 이기는 명약입니다. 이름모르는 그대를 향하여 발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이까. 내 책임이외다. 더 큰 소리로 소리쳐 부르지 못한 내 책임이외다.
하지만 지금 내 책임은 저 멀리 보이고 그대의 주검은 내 앞에 있습니다.
[슬픔에 슬픔을 더하고 아픔에 아픔을 더하고 떠난 이름 모를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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