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날의 어린이 날 (1)
1. 배경
오죽하면 어린이 날을 정해 놓았겠나. 얼마나 어린 것들을 잘 못 보살피면 어린이 날을 따로 정해 놓았겠나...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사랑"이 모체가 되어 어린이 날을 정해 놓았지만, 우리네 어린 날의 추억은 그리 곱지 못하다.
경제사정이 워낙 어려운 시절이었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가정에 어린이 들이 넘쳐 났던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들 이름을 죄다 외우지 못해서 큰놈, 작은놈, 다섯째, 말째 이렇게 불렀을까...
애들이 많으니 무엇 하나라도 필요가 남는 것이 없고 항상 부족한 가운데에서 부딪치며 싸우며 그 가운데에서 사회성이 자연스럽게 익어 갔고, 조직의 쓴 맛을 알고, "형한테 까불면 최소한 죽음이다" 자연스럽게 습득되어진 형태의 가족애가 생겨났다.
감자든 고구마든 무엇 좀 먹으려고 하면 최소의 단위가 "관"이요, 고기는 기껏 근이었다. 부모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항상 자식들에게는 부족한 것이 많았고 이는 결국 서러운 것이었다. 서러움.
교육이라는 것은, 학교의 교육이 최고의 것이었고, 선생님의 권위는 할아버지의 권위에 버금 가는 것이었으며 "부모님을 모셔오라"는 통고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였으며 이 한마디가 주는 위력은 온 가정을 벌벌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부모님을 모셔오라는 통고를 받은 개구장이 우리 친구 녀석은 그 추운 날에 쫓겨났다. 홀랑 벌거 벗겨져 대문 밖에서 사타구니를 움켜 쥐고 벌벌 떨고 있던 녀석은 창피와 좌절과 서러움으로 눈물을 뻘끔뻘끔 흘리고 있었고 우리는 녀석의 부모님이 무섭다는 사실에 벌벌기었다. 멀리서 그 녀석의 아버지만 보아도 길을 돌아 가던지 아니면 인사를 깍듯이 해서 벌벌기고 있다는 흔적을 만들어 놓았다.
시험을 보고 통지표가 집에 배달된 날은 그야말로 온 동네가 시끌벅쩍했는데...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시험만 잘 못 본건지 모르겠으나... 아아 그런 날은 동네 사방에서 쫓겨 나서는 사타구니를 움켜 쥐고 벌벌 떨고 벌벌 기는 날이었다. 공포의 통지표. 어느날인가는 공부를 좀 못한다고 했던 우리 반 여학생 아이가 그 꼴을 당하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 한번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를 못했다.
2. 동네 사람들~~~
아이들이 벌거벗겨 쫓겨난 집은 반드시 전쟁이 일어 나는데 힘으로 못 당했던 아이 어머니가 독기를 품고 대어들어서 아이를 불러 드리기 위해 용을 쓴 것이다.
와장창! 아껴 두며 늘 자랑하며 손님 오실 때만 내 놓으며 얼마나 잘 딱고 쓸며 참기름까지 발라서 모셔 두었던 그 아까운 상이 제 수명대로 살지도 못하고 박살이 나서 마당에 팽개쳐진다. 아아 그 어머니는 머리채가 잡히고 옷이 찢기워지고 그래서 맨살이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이 얼마나 아까웠으면 그 부서진 상의 처참한 잔해를 끌어 안고 대성 통곡을 한다. 동네 사람들~~~
그토록 기세좋게 짖고 있던 동네 개들의 소리에 늘 합창을 했던 누렁이는 제집에 들어가서는 숨도 크게 못쉬고 있고... 아이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래도 남의 집 사생활이니 아무도 나서지 못했고, 나설 수도 없었다. 그게 잘 못 나서면 결국은 두 집 싸움으로 발전하고 말았으니 누가 나설 것인가...
동네 사람들~~~~~~~~~~~~~~~~~~~~~~~~~~
"이 년이 서방질을 했시다. 이 년을 죽일까... 살릴까..."
악이 바쳐서 아내의 머리채를 끌고 질질 동네를 누비는 사내는 바로 여학생을 벌겨벗겨 쫓아 냈던 그 아버지(별명이 개고기)였고 질질 끌려 다니며 눈을 꼬옥 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 어머니는...
마침 동네 어귀에 천막을 치고 교회가 들어 섰다. 소망도 없고 무언가 붙잡을 것도 없는 어머니 그 가여운 어머니는 전도사님의 전하는 전도를 받았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술에 떨어져 곤하게 잘 때에, 가슴에 한이 서리 서리 한 발도 넘게 사려져 있던 그 아픔과 절망은 예수님의 십자가가 걸려 있는 곳, 그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예수님의 손을 바라보며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집에 아내가 없는 것에 놀란 아버지는, 교회까지 찾아가 보았고 컴컴한 곳에서 아내와 전도사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머리채를 낚구었고 동네 사람들~~~~~ 을 불러 댔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인가... 유난히 구박을 많이 받았던 여학생과 그 어머니는 동네에서 사라져 버렸다.
번호:16 글쓴이:별자리 조회:35 날짜:2001/05/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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